06월 06일(금)

유전자 차이로 행복감 차이…정신장애 연구 진전

유전자
정신장애와 주관적 행복도가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 출처-Freefik)

정신장애와 주관적 행복도가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치료 후에도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 심리 문제를 넘어,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은 15일, 원홍희 삼성서울병원 교수와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유럽인 65만 명과 한국인 11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4개 주요 정신질환과 주관적 행복도 사이에 유전적 연관성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조현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양극성장애1형 등 7개 정신질환은 행복도와 유전변이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관련 유전변이 중 93%가 행복감과도 겹쳤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88%, 조현병은 74%, 양극성장애1형은 57%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정신장애와 행복감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팀은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ZMYND8, LINC02163)도 처음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전두엽, 해마, 편도체에서 주로 발현되며, 행복감을 형성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MiXeR 모델, condFDR 분석, 다원적 위험 점수(PRS) 분석, 멘델 무작위화(MR) 분석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 정신장애와 행복도 간 유전적 구조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PRS 분석에서는 정신장애 위험 점수가 높을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MR 분석을 통해 유전적으로 낮은 행복감이 우울증, 조현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과적 관계가 확인됐다.

특히 우울증에 대해서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66개의 추가 유전자 자리를 새롭게 발견했으며, 행복도와 정신질환 양쪽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유전변이 100개 이상도 도출해냈다.

원홍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 간의 밀접한 유전적 연관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행복을 구성하는 유전적 기전을 밝히는 것은 정신질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우재 교수는 “정신장애와 행복의 연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기전을 밝힐 수 있다면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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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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