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 22일(목)

대출 막히자 월세로 몰린 세입자들…귀해진 전세가 불러온 부동산 후폭풍

부동산
(사진출처-픽사베이)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1년 반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지난달 전세가격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전환 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향후 전세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8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으며, 2023년 12월에는 90.45까지 올랐다.

올해 1월에는 소폭 하락해 90.42를 기록했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 지역 전세가 상승세는 뚜렷하다. 2023년 6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 전세가지수는 지난해 12월 91.08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1월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KB부동산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을 기록하며, 2024년 1월 기준 전세가율은 54.06%에 달했다.

이는 전세가가 매매가 대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이는 무분별한 전세대출을 억제해 시장 안정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세대출 규제가 오히려 전세 수요를 줄이고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를 자극해 전세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한정된 물량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월세 전환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비중은 56.0%로 집계됐으며, 월세 비중은 44.0%를 기록했다.

특히 월세 비중은 직전 분기 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세를 선택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월세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월세 가격이 오르면 전세 매물도 줄어들게 되고, 전세가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전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대출 규제는 월세화를 유도하게 되며, 임대인들은 월세 수익을 높이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 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당장은 전세와 월세 간 균형이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월세가 대세가 되면 전세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가 상승은 매매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전세를 선택하려던 수요자들이 자금 계획을 수정해 매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같은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가 매매가에 근접할 경우,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내 집 마련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 수요자를 매매 수요자로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서울 내에서 자금 계획에 맞는 매물을 찾으려는 무주택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가격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세가 상승으로 인해 매매 수요가 증가하면 일부 인기 지역의 매매가격도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세-매매 시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세대출 규제와 월세 전환 가속화는 임대차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 매물의 감소와 월세 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들은 더욱 한정된 물량을 두고 경쟁해야 하며, 이는 전세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월세로 전환한 세입자들은 점점 오르는 월세 가격에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세와 월세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서민층과 중산층 가구의 주거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와 월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당분간 전·월세 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세 매물 부족 현상과 월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방안과 임대차 시장 안정화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세입자들은 전세와 월세 간의 장단점을 신중히 고려한 후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기사보기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