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빌라 53채 ‘깡통 전세’ 사기…115억 원 편취 일당 검거

수도권에서 ‘깡통 전세’ 사기를 벌이며 115억 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전세가를 부풀리고 허위 매수인을 내세우는 수법으로 세입자들을 속여왔다.
울산경찰청은 사기 및 전세보증금 편취 혐의로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A씨(30대)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B씨(80대)와 허위 매수인, 모집책 등 총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수도권 빌라 53채를 대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이며 보증금 115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세난이 극심했던 시기를 틈타 전세 계약 과정에서 ‘업(UP) 계약’을 활용해 시세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속였다.
A씨는 집주인과 공모해 빌라의 실제 매매가보다 20% 이상 높게 책정된 가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시세가 2억 5000만 원인 빌라를 3억 원으로 허위 계약을 맺고,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전세를 내놓았다.
세입자가 3억 원의 보증금을 지급하면 집주인에게는 실제 매매가인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차액 5000만 원은 일당이 챙기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 일당은 허위 매수인을 모집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맡겼다.
모집책들은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명목으로 접근해 명의를 빌리는 방식으로 허위 매매 계약을 진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지 명의자’는 실거주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척하며 A씨 일당에게 명의를 넘겼다.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한 점도 범행을 장기화하는 데 일조했다.
세입자들은 보증보험이 가입되어 있으니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증금 반환 시점이 되자 A씨 일당은 잠적하거나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며 피해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들의 범행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세입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감정평가사와 결탁해 주택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이른바 ‘업 감정’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HUG 전세보증보험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보증 여부를 결정했는데, 이를 악용해 높은 보증금을 설정한 후 사기를 벌인 것이다.
경찰은 A씨 일당의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허위 감정평가에 가담한 감정평가사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는 피해 금액이 크고, 세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라며 “관련 기관과 협력해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사기 수법을 악용한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유사한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전세 계약 전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반드시 확인하고, 보증보험 가입 시 감정평가 내역을 직접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