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빗길 보행자 충돌 사망 사고…운전자 2명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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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비 오는 저녁, 어두운 도로 위에서 역주행으로 걸어오던 80대 보행자가 차량 두 대와 잇달아 충돌해 숨진 사건에서, 운전자 두 명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방법원은 운전자들이 전방 주시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고를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판단하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건은 2022년 11월 충청남도 예산군의 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술에 취한 피해자는 차량의 진행 방향을 거슬러 걸어오다 대형 카고트럭과 처음 충돌했다. 트럭 운전자는 15m 앞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지만, 피해자는 이에 반응해 2차선으로 이동했고, 그 순간 뒤따라오던 차량과 부딪쳤다. 이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는 세 번째 차량과 다시 충돌하며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비로 인해 미끄럽고 어두운 상태였다. 가로등이 없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비로 인해 반사광까지 생겨 운전자가 피해자를 조기에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모든 운전자는 제한속도인 시속 60km 이하로 주행하고 있었고,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 등의 교통법규 위반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지점은 보행자가 무단으로 횡단하거나 차도를 걷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는 구간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고가 불가피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1심 판결문에서는 “운전자들이 전방 주시 의무를 다했다 하더라도, 해당 도로 환경과 피해자의 돌발적인 행동을 감안할 때 충돌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검찰은 항소를 통해 “피고인들이 사고를 예측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과 달리 운전자들이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했을 가능성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도로 환경, 날씨, 피해자의 행동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법원은 운전자들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면서도, 도로에서의 돌발적 상황과 이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판결은 비슷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주의 의무와 법적 책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며, 도로 안전과 법적 책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번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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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