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장기기증자와 이식 대기자 간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제도 개선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뇌사 장기기증자는 35% 넘게 줄며 사실상 1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뇌사 장기기증자는 370명으로 전년(397명)보다 6.8% 감소했다. 2024년 처음으로 연간 기증자가 300명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0년 장기이식 관련 법 제정과 2011년 제도 개편 이후 증가했던 흐름이 다시 꺾이며 장기기증 체계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는 감소 원인으로 뇌사에 대한 인식 부족,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을 꼽는다. 특히 현장에서는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도와 달리 장기기증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도록 돕는 취지로 도입됐다. 제도 확산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0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연명 치료 중단이 뇌사 판정 이전에 이뤄질 경우다. 환자가 사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지 않았거나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치료 중단과 함께 사망이 선언돼 장기기증 절차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잠재적 뇌사자의 장기기증 기회가 사라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제도 설계상 경제적 부담 역시 유가족의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연명 치료 중단을 선택하면 의료비 부담이 즉시 종료되지만,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할 경우 뇌사 판정이 확정될 때까지 발생하는 치료비를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이재명 고려대안암병원 중환자외과 교수는 “장기기증에 동의해도 1차 뇌사 판정 이전까지의 검사와 생체 유지 비용은 유가족 몫”이라며 “지원금도 정액제로 지급돼 절차가 길어질수록 실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뇌사 추정 통보 이후 판정 기준 미달로 기증이 무산된 사례는 15.5%, 절차 대기 중 심정지로 실패한 경우도 9.9%에 달했다. 상당수 장기가 이식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뇌사 판정 절차의 유연화와 기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의 국가 전액 부담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선의로 기증을 결정한 가족에게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장기기증 감소는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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