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핵심 요약
대법원은 조카를 숯불 주술의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무속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행위자가 주술의 효력을 믿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아 2심의 상해치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 대법원은 숯불 의식으로 조카를 숨지게 한 무속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 사망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했다면 '악귀 퇴치' 의도만으로 살인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숯불 의식' 무속인에 살인죄 파기환송…미필적 고의 인정
조카를 결박하고 수 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에게 대법원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81) 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월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심 씨 등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악귀 제거' 명목으로 3시간…잔혹했던 주술의식의 전말
사건은 2024년 9월 18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심 씨와 그의 자녀, 신도 등 공범 6명은 30대 여성 조카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울릉도에 있는 부모에게 가겠다고 하자,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주술의식을 강행했다. 이들은 직접 제작한 철제구조물 위에 A씨를 엎드리게 한 뒤 묶고, 아래 대야에 불붙은 숯을 계속 넣어 3시간 동안 열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여러 차례 의식을 잃었음에도 범행은 계속됐다. 결국 A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자 이들은 현장을 정리하고 약 2시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하며 "숯 위에 엎어졌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1·2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 쟁점은 '미필적 고의'
이번 사건의 하급심과 대법원 판결을 가른 핵심 쟁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였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1심 '무기징역' → 2심 '징역 7년', 상해치사죄 적용
1심과 2심의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주범 심 씨에게 살인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했고, 형량을 징역 7년으로 대폭 감경했다. 공범들 역시 1심에서는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피고인 | 1심 판결 | 2심 판결 |
|---|---|---|
| 주범 심 씨(81) | 살인죄 유죄, 무기징역 | 상해치사죄 적용, 징역 7년 |
| 공범 6명 | 살인·살인방조죄 유죄, 징역 10년~25년 | 상해치사·상해치사방조죄 적용, 징역형 집행유예 등 |
*출처: 판결문 종합.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사망 위험성 인식했다면 살인의 고의 부정 못 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술의식'은 무속신앙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잔인하고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40년 경력의 무속인인 심 씨조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행위로,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주술의식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주술의식의 효능을 진정으로 믿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이 사망할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했다면 '악귀 퇴치'라는 의도를 내세워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도 방조…'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 책임 물어
대법원은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오빠와 사촌 언니(심 씨의 자녀)에 대해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를 인정했다. 부작위에 의한 방조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범죄를 용이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 주술의식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살인 범행을 도왔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법리적 의미와 향후 절차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행위자가 특정한 신념이나 의도를 내세워도 객관적인 사망 위험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법리적 의미가 있다. 사건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단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열린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피고인들의 살인 혐의를 다시 심리하고 형량을 정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상해치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 가능성을 알면서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하는 심리 상태로 살인죄에 해당합니다. 반면, 상해치사는 죽일 의도는 없었으나 상해를 가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들의 행위가 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 재판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으므로,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하게 됩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적 판단, 즉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점을 따라야 하며 그에 맞춰 다시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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