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과 여성의 뇌 차이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흔히 쓰이는 표현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과학적 근거를 더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별에 따른 뇌 성장 방식의 차이가 임신 중기부터 이미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태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남녀 간 차이는 출생 직전이 아닌 임신 중기부터 서서히 형성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은 ‘인간 발달 커넥톰 프로젝트(Developing Human Connectome Project)’를 통해 수집한 약 800건의 산전·산후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했다. 임신 중기부터 출생 후 몇 주까지의 뇌 성장을 연속적으로 추적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진은 단일 시점의 뇌 크기를 비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시간에 따른 성장 궤적을 분석했다. 뇌 용적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인 만큼, 연속적인 성장 곡선을 통해 미세한 차이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남성 태아의 뇌는 발달 과정 전반에서 여성보다 전체 부피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 차이는 뇌의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관찰됐으며, 임신 중기 이후부터 이미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기존 연구들은 성별에 따른 뇌 성장 차이가 주로 임신 후기, 즉 28주 이후에 나타난다고 설명해 왔다. 이번 연구는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차이가 시작되는 시점을 임신 중기로 앞당겨 보다 정밀하게 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임신 후기에서 관찰된 차이가 사실상 중기부터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태아기, 특히 임신 중기는 인간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출생 이후 환경과 경험이 성별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토대는 이미 태아기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의 성별 차이가 후천적 환경 이전에 선천적 발달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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