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핵심 요약
대법원은 악귀를 쫓는다는 명분으로 조카를 숯불에 장시간 노출해 숨지게 한 무속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용인했다면, 살해 의도가 명확하지 않았더라도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대법원은 '조카 숯불 살해' 무속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 상해치사 혐의만 인정해 징역 7년으로 감형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 재판부는 사망 위험성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살인죄 인정…'미필적 고의' 법리 다시 세웠다
악귀를 쫓는다는 명분으로 조카를 숯불에 노출시켜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에게 대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고 상해치사죄만 적용해 감형한 판결은 '미필적 고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심씨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9월 2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악귀 퇴치' 명분 아래 벌어진 잔혹한 범행
무속인 심씨는 2024년 9월 인천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조카인 30대 A씨가 자신의 주 수입원인 가게 일을 그만두고 곁을 떠나려 하자, 심씨는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자녀·신도들과 함께 A씨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했다. 이들은 약 3시간 동안 A씨 몸에 숯불 열기를 가했다. A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광범위한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결국 숨졌다.
무기징역과 징역 7년, 1·2심의 엇갈린 판결
1심 재판부는 심씨가 오랜 시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왔고 범행 방식이 매우 잔혹하다는 점 등을 들어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심씨에게 뚜렷한 살해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다. 대신 상해치사 혐의만 적용해 형량을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핵심은 '미필적 고의'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이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미필적 고의란 무엇인가?
미필적 고의는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특정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로,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확정적 고의와는 구분되지만 법적으로는 동일하게 '고의'로 취급된다.

"사망 위험성 인식했다면 고의 부정 못 해"
대법원은 심씨의 행위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며,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이러한 행위를 2~3시간 이상 진행해 몸통 전면부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히는 경우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심씨 등이 주술의식의 효력을 진정으로 믿었다 하더라도, 사망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이상 '악귀 퇴치'라는 의도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시 중형 선고 가능성 커진 파기환송심
대법원이 살인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상급심의 법리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심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징역 7년으로 감형됐던 심씨의 형량은 다시 무기징역에 가까운 중형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심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들의 사건도 모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자주 묻는 질문
미필적 고의와 일반적인 '고의'는 어떻게 다른가요?
일반적인 고의(확정적 고의)는 범죄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지만, 미필적 고의는 '결과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내심의 의사를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둘 다 '고의'로 취급됩니다.
피고인이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왜 살인죄가 인정되나요?
대법원은 피고인이 주술을 믿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상식적으로 알 수 있었다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위자가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형량이 어떻게 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대법원이 살인죄를 유죄 취지로 판단했기 때문에, 하급심인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2심의 징역 7년보다 무거운 형량, 1심의 무기징역에 가까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주세요.